백태클 전반전
퇴사 후 1주일이 지났다.
뭘 해볼까 고민을 하다가, 일단은 아무 생각하기 싫어서 그냥 한주 푹 쉬었다. 평일 낮에 동네를 거닐다 보니 기분이 이상하더라.
‘눈을 떠서 해야 할 일이 있고, 갈 곳이 있다는건 축복이다. 그래서 지금 나는 행복하다’ 라는 말을 인턴 시절에 자주 했는데, 아직 그 말은 나에게 유효한듯 하다. 뭔가 불편한 집에서의 휴식보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은 할 일이 있는 회사다.
사실 내 도메인 자체에 회의감을 느끼려던 참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개발자 직종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 시점이었다. 내 커리어를 시작한 것도, 아이러니하게 나에게 레드카드를 준 것도 ai였다. 과연 내 경력이 쌓이는 속도가 빠를까? ai가 발전해서 채용 연차의 허들을 높이는 속도가 빠를까? 라는 생각이 끊이지 않던 시점이었다. 지금은 나 혼자니까 버티지만, 10년 후에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그럼에도, 아직 닿지도 않은 시간들을 걱정하기엔 내 상상력이 부족한가 보다. 여전히 나는 개발이 즐겁고 프로덕트를 만드는게 재미있다. 하지만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기 위한 준비는 계속하지 않을까. 나의 가치를 올리다 보면 언젠가 회사 의존성을 많이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올해 전반전은 백태클 투성이었다. 개인적으로도, 업무적으로도 참 안풀리는 해다. 차라리 지금이 흐름을 끊어주는 하프타임이라고 생각하련다. 다행히 내 인생이 올해 후반전에 반드시 역전해야 이기는 게임은 아니니까. 결국 이 승부의 경기 시간도, 라운드 숫자도 내 손에 달려있다. 밀리고 있다면 이길때까지 연장전하면 된다.
이제 후반전 시작이다. 다시, 더 잘 뛰러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