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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생각

블로그에 글 쓴지가 꽤 된것 같아서 뭐라도 남기러 왔다.

사실 썼다 지웠다 하는데 너무 사적인건 고민하다가 결국 내리는 것 같다.

다음주는 팀장님과 미팅을 진행한다. 한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리더 직군들과 원온원을 하는 문화가 생겼다. 어떤 얘기를 하실건지 살짝 여쭤봤는데, 저번달에 진행한 미팅과 크게 틀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근황 공유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저번달에도 사실 나는 크게 뭔가를 얘기하거나 어필한 것 같지는 않다. 업무적인 블로킹 요소나 현재 겪고 있는 문제, 고민이나 어떤 업무를 맡고 싶은지에 대해 궁금해 하셨는데 크게 할 말이 없었다.

진짜로 아무 고민 없이 지내고 있다는 뜻은 아닌 것 같다. 내가 말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라면 말하는 게 맞는데, 개인적인 커리어에 대한 갈증에 가까운 것 같아서 굳이 말씀 안드렸다. 환경을 바꿔도 반복될 수 있는 고민들이라면 적극적으로 조언을 구하거나 행동을 취할텐데, 잘 모르겠다. 예를 들어서, 일부러 좀 말도 안되는 예시를 들고와 보자면, 만약 내가 대표님과 주먹다짐을 했다고(?) 해보자. 참고로 대표님도 그렇고, 팀원들이랑도 사이 좋다. 적절한게 안떠올라서 극단적으로 가져와봤다.

어쨌든, ‘조직내의 누군가와 사이가 틀어졌다’ 와 같은 일이 발생하고, 내 의지 혹은 누군가의 개입, 도움 등으로 원활하게 일을 풀어갈 수 있는 고민이라면 뭐라도 말씀을 드렸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겪는 목마름은 결국 비즈니스적인 문제고, 이걸 바꿔달라고 하는 것도 말도 안되고 너무 건방진 태도 아닐까 싶다.

요즘 야근을 자주 한다. 어제도 10시 반에 퇴근했다. 기술적인 결정이 번복되는 이유도 있지만, 결국 그 기저에는 고객사의 요구가 자주 바뀌기 때문 아닐까 싶다. ‘pm이 이런건 못박아주고 시작해야 하는거 아니냐’, ‘고객사는 왜 맨날 요구사항은 추가되면서 기간은 고정인거냐’ 와 같은 불만을 충분히 쏟아낼 수 있는 상황이다.

종종 주변 팀원들이 힘들지 않냐, 고객사가 밉지 않냐 물어보는데 사실 별 생각 없는걸 넘어서서 아무 생각이 없다. 그 사람들도 뭐 우리를 괴롭히고 싶어서 쪼겠나, 자기 일 하는거지 뭐. 어차피 기술적 결정에 정답이 어디 있겠나. 상황이랑 여건 적당히 보고, 맞게 계속해서 바꾸고, 나도 흐름에 맞게 흘러가면 되지 않겠나. 필요하면 엎고, 다시 짜고, 고민해보고.

그냥 성향 탓일수도 있겟다. 나는 배포 장애 같은거 발생하면 빨리 로그 보면서 원인 찾는게 우선순위다. 일부러 깃블레임도 잘 안건다. 그거 보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 책임 소재의 방향이 상황이 아닌 사람한테 향하는 순간부터 부정적인 사고에 침식된다고 믿는다. 결국 개인의 판단이나 선택들도 상황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데, 행동의 근거들을 자꾸 특정 사람에게서 찾으려고 하면 서로 힘들다.

어쩌면 너무 이상적인 말일수 있지만, 다정함이 모든 관계를 풀어갈 수 있는 태도라고 믿는다. 날이 서있는 말을 주고 받다보면, 아무리 뭉툭한 칼날일지라도 결국 흉터는 남고 있다.

며칠 전에 채용공고 개선안에 대해 회의를 진행하고 공고별 요구사항들을 정리해서 팀장님에게 전달 드렸다. 좋은 사람을 채용하려면 결국 우리 팀 자체가 매력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커리어를 쌓을 수 있던지, 뛰어난 동료들이 있다던지, 모든 조건을 만족시킬 수 없다면 거절할 수 없는 연봉으로 유혹한다던지.

잘 돌아가는 팀이 되기 위한 조건이 뭘까 종종 생각해본다. 어느정도의 친밀함, 그리고 신뢰관계라고 생각이 든다. 결국 우리는 감정이 있는 사람이지, 터미네이터는 아니지 않은가? 여기서의 친밀함과 신뢰도는 사람이다 보니 사적인 관계도 어느 정도 포함될 수 있겠지만, 결국 우리는 ‘업무’라는 카테고리로 묶여 있다.

이런 기저에서 가장 팀에 신뢰를 줄 수 있는 방법은 업무를 대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맡은일에 책임지고, 내 일이 아니라고 선 긋지 않고, 내가 이 팀, 조직에서 어느 정도의 책임감과 영향력을 보여줄것인가에서 신뢰가 형성되고 좋은 팀의 근본이 될것이라 생각한다.

거절하는 연습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피드백을 리더님에게 들은 적이 있다. 부서 이기주의가 생기는 게 싫어서, 어차피 내가 안하면 개발팀의 다른 누군가에게 넘어갈 작업이라 그냥 내가 다 했는데 요즘은 이게 잘하고 있는건지 의구심이 들 때가 종종 있다.

나는 우리 조직에서 어떤 포지션일까.

일을 밑고 맡길 수 있는 개발자인걸까, 그냥 아무거나 시켜도 별말 없이 하는 놈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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