쌩신입의 카카오뱅크 도전기
아쉬움을 보내기 위해
결론부터 쓰면 마지막 임원면접에서 떨어졌다.
며칠동안 정말 아쉬워서 잠도 제대로 못잤는데, 이제는 떨쳐내기 위해 이 글을 쓰면서 길다면 길었던 여정의 마침표를 찍어볼까 한다.
글을 시작하기 전에 잠시 내 정보를 요약하자면, 관련 업계 경력은 전혀 없는 신입이고 제지공장 생산직과 복싱장 코치로 일한 경험은 있다.
그리고 내용을 어디까지 적어도 괜찮은지 모르겠어서, 일단은 그냥 겪었던 일 세부적으로 다 적고 나중에 뭔 일(?) 나면 수정할 수도 있다. 어차피 잡플래닛 같은 곳 봐도 뭐 다 적어놓던데 별일 없지 않을까 싶다.
원서접수
내가 지원한 공고는 서버개발자 - 기반기술 이라는 공고였다. 5년차 이하를 뽑는다길래 그러면 0년차도 포함(?) 아닌가 싶어서 넣었다. 은행이라는 제약이 있긴 하지만 그런걸 감안하고서라도 만약 잘 풀린다면 충분히 커리어를 쌓기에는 차고 넘치는 회사라고 생각했다.
23년 8월 17일날 원서를 접수했고, 한동안 잊고 살았다.
과제전형
헬스가 끝난 어느 점심즈음, 문자와 이메일이 동시에 알람이 와 있는것을 보았다. 보통 이러면 좋은 시그널이다. 이제 이메일 제목만 봐도 합격인지 불합격인지 알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보통 메일 제목에 이전 전형의 결과에 대한 내용만 있으면 보통 탈락메일이고, 이전 전형의 결과와 함께 다음 전형에 대한 안내문구가 있으면 당연히 합격이다.
과제 기간은 5일정도 주어졌던 것 같고, 웬지 내용은 말하면 안될 것 같아서 적지는 않겠다. 하지만 굉장히 특이한 과제였던 것은 분명하다. 제출 10분 전까지 코드를 고치면서 끙끙댔던것 같다.
1차 면접
운이 좋게도 과제전형에 합격해서 1차 면접을 가게 되었다. 면접 관련 안내메일이 왔고, 신기했던 건 오는 방법이랑 건물 찾는 방법까지 적혀있는 별도의 링크도 함께 줬다.
이때 판교를 처음 가봤는데, 도착하자마자 자꾸 웃음이 나오더라. 개발 성지에 온 것 같아서 마냥 들떴던 것 같다. 멋있어서 한컷 찍었는데 요즘은 뉴스에 하도 자주 나와서 더 눈에 익었다. 1시간 반 전쯤 도착해서 판교 구경도 하고, 로비에 앉아서 이것저것 정리하다가 면접 대기실로 발걸음을 향했다.
면접 시작전에 구글 폼같은곳에 이름적고 뭘 체크를 했는데 뭔지 기억이 안난다. 기다리고 있다 보니 서류를 넣은 팀의 개발자분이 데리러 왔고 쫄래쫄래 따라갔다.
갔더니 웬걸, 면접관만 8명이다. 신입이라 불안해서 이렇게 다 데리고 오신건지 원래 그런건지 모르겠다만 회의실이 거진 가득 찰 인원이었다. 먼저 면접관으로 참여하신 분들의 소개를 해주시고, 내 소개를 이어 하면서 면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데 이건 적어도 되겠지??
먼저 과제에 대한 리뷰를 하며 시작되었다. 과제 구현에 기술 선택지가 있었는데, 왜 해당 기술을 선택했는지부터 시작해서 코드 작성 기준, 로그 작성 기준, 패키지 분리 기준 등등 다양한 것을 물어보셨다.
그 다음은 CS 파트로 넘어가게 되었다. static 함수 관련 질문, 해시 함수, DB 인덱스, 프로세스 스레드, try with resource, 스프링 네이티브 이미지 등등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오는 질문에 더해서 내 프로젝트와 관련된 cs 질문들을 받았다.
중간중간 인성 관련 질문도 받았는데 뭐 이건 굳이 안적어도 될 것 같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오는 인사질문들이랑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게 2시간의 면접이 끝났고, 1시간 더 보려고 하셨는데 회의실 다음 사용 예약이 꽉차서 시간조절을 하시다가 잘 되지 않아서 일단 마무리되었다. 기술 질문들에 그렇게 매끄럽게 대답하지 못한 것 같아서 사실 별 기대도 없었다. 애초에 신입이 아직 올 수 있는 회사는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별 생각없이 면접을 봐서 차라리 덜 떨었던 것 같다.
2차 면접
아무 기대도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 같다. 그래도 기대 수치가 5%였다고 한다면 저 메일을 받자마자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것 같다. 솔직히 저 고비만 넘기면 입사인데, 누가 기대를 안 할 수 있겠는가.
임원면접은 화상면접이었고, 1차와 마찬가지로 나름 열심히 준비했지만 기대치와 비례하게 부담감과 긴장도 올라가서 그랬던걸까. 뭐 하나 제대로 대답한게 없는 것 같다.
면접은 1시간정도 진행되었고, 예측 가능한 인사질문들이 나왔지만 예측 불가능한 형태로 바뀌어 나왔다. 예를 들면 ‘우리가 지원자를 뽑아야 되는 이유’ 같은 건 예상 질문에 많이 있지만, ‘우리가 지원자를 뽑아야 되는 3가지 이유’와 같은 식으로 변형되어 나왔다.
마침표
메일 제목 보자마자 알았다. 위에서 말했듯이 이전 전형의 결과에 대한 멘트만 존재한다면 보통 탈락이다.
그렇게 3개월간의 전형은 씁쓸하게 끝났다. 마지막 고비에서 미끄러진 게 더 아쉽긴 하지만, 이 감정에 사로잡혀 있어봤자 뭐가 더 좋겠는가. 이젠 털어내야지.
인생사 새옹지마, 더 좋은 일이 일어날거라 믿으며 살아가야지.
참고
- 내 경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