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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의 온보딩

조직 문화

회사에서 항상 말 못할 고민이 있었다. 정말 운이 좋게, 뛰어난 시니어가 온다면, 우리는 그런 분을 맞이할 수 있는 개발 조직인가에 대해 생각을 종종 했다. 우리 팀원들은 정말 좋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기술적인 고민들은 워낙 바쁜 일정들 탓에 자꾸만 후순위로 미뤄졌다.

사실 가끔은 정말 두려웠다. 현실과 타협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지나간 기회들만 아쉬워하며 다시 들춰봤다. 그러는 나를 보면 더 공허해졌다. 뭐가 되든 다 나의 선택들이 만든 현재였고, 팀에 영향을 끼치기는 죽어도 싫었다. 회사 들어가기전에 심호흡하고 입꼬리 3번 올리고 들어갔다. 두 개의 다른 삶을 사는 기분이었다. 인생사 계획대로 되는게 어딨겠냐만, 방향마저 자꾸 흔들리는 기분이었다.

Team First

한동안 심적으로 흔들려서 강연들이나 책들을 좀 찾아봤다. 몇 가지 기억나는 문구들도 있는데, 우연히 쇼츠를 넘기다 봤던 인터뷰가 기억난다. 말하지 않은 기대는 예정된 실망을 불러온다더라. 팀과 프로덕트를 위해 했던 기술적 고민들이 혹여나 내 개인적인 기술적 성취를 위한 행동은 아니었을까 반성도 했다. 우리 팀에서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가치가 있다면 내 초점도 같은 곳으로 맞추는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와중 시니어분이 새로 오셨다.

시니어의 온보딩

친구의 개발팀에 좋은 시니어가 와서 많은 문화를 바꿔놓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정확히는 좋았던 문화를 더 가다듬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처음에 시니어가 오신다고 해서 설렘 반 걱정 반이었다. 초라한 민낯을 드러내는 기분이기도 하면서, 내심 우리 팀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 수 있을까 또 기대하게 되더라. 어쩔수 없나 보다. 그와 동시에 정말 제로 베이스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우리 개발 문화나 기반에 너무 실망해서 발걸음을 돌리면 어쩌나 혼자서 걱정도 많이 했다.

현재 입사하신지 2주 정도 지났는데, 정말 많은 것을 리빌딩하고 바꿔놓으셨다. 시니어 한 분의 영향력이 이렇게나 크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작업 영역이 비슷하다보니 주로 내가 옆에서 기존 인프라나 팀에 대해 궁금한 점에 대해 답해 드리는데, 인간적으로나 개발적으로나 많이 배우고 있다. 어쩌면 내가 계속 팀의 기조 탓만 하면서 더 적극적으로 뭔가 시도하지 않았던 건 아닐까 반성도 했다.

다시 월요일이 기다려진다. 일하러 가는게 뭐가 즐겁냐고 할 수 있지만, 내가 원하는 환경에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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