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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책임

선택과 책임

예전에 아버지가 해주셨던 말이 기억난다.

인생사 내 마음대로 되는 것 하나 없는데, 그렇다고 딱히 안되는 것도 없더라

고등학생 즈음에 들었던 말로 기억하는데,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나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때로는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고 기뻐할 수도 있고, 혹은 후회할 수도 있다. 한 가지 목표하는 바가 있다면, 그 많은 결정들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커리어

요즘 친구들과 만나서 커리어 관련 이야기를 자주 한다. 마침 최근에 관련해서 재미있는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우리는 왜 더 좋은 회사를 갈망하는지에 대한 주제였다. 이유는 다양할 수 있다. 돈이 될 수도 있고, 대기업 명함, 타이틀이 될 수도 있다. 결국 귀결되는 것은 나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였다.

돈이 100억쯤 있으면 내 가치 올리기에 집중할까, 어느 기준이 성공이고 가치인걸까, 합리적인 사회의 시선, 허들은 어디까지일까 등등 다양한 얘기를 나눴다.

아무래도 너무 먼 이야기보다는 주니어 관점에서 나눈 이야기들이 기억에 남는데, 그 중 하나가 성공한 커리어에 대한 관점이었다. 애초에 기준이 모호한, 관점에 따라 너무나 다른 가치였다. 누군가는 거쳐간 회사의 네임밸류일수 있고, 다른이에게는 기술적 난이도가 있는 도전이 주요 관점일 수 있다.

이야기를 하며 꽤나 고민해봤던 주제는, ‘전자의 가치가 후자의 도전을 당연히 채워줄 수 있을까?’ 였다.

나는 이른바 ‘숨만 쉬어도 커리어가 쌓이는 회사’ 라는 말로 현재의 기술적 아쉬움을 규모에서 채울 수 있을지 종종 생각했던 것 같다. 분명 규모에서 나오는, 그런곳들에서만 쌓을 수 있는 커리어가 있을거라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규모의 개발팀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도 있을거라 믿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어찌되었던 현 회사에 들어오기로 결정한 사람은 나 자신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나는 급여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하고, 최선의 결정들을 내려야 한다.

퇴근길에 왜 나의 가치를 계속해서 올리고 싶어하는지 종종 생각해본다. 아마 한정적인 시간과 자원의 문제가 가장 큰 것 같다. 내가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것을 이뤄보고 싶다. 언젠가 커리어 하이를 찍고, 그 이후로는 필요한 순간마다 쌓여진 가치를 이용할 것이라 생각한다. 어느 순간에, 얼마나 많은 가치를 필요로 하는 순간이 올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양을 비축해 두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가치가 쌓일수록 내 말에는 더 많은 힘이 실릴 것이고, 그 의미는 무소불위의 권력보다 선택과 결정에 대한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사람

상대방에게 섣부른 기대를 하지 말자는 생각을 많이 한다. 아니, 요즘은 오히려 실례가 되는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내가 상대에게 말하지 않은 기대는 높은 확률로 어긋나기 마련이고, 의미없는 실망만을 부른다.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다’와 같은 냉소적인 말과는 조금 다른 의미일것 같다. 애초에 이 사람이 누군지, 어떤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채 알기도 전에 섣불리 판단하고 맞지 않는 허들을 만들지 말자는 뜻이다.

사람의 가치관은 다양하다. 분명 자신의 생각과 유사한 사람에게 더 호감이 갈 것이고, 자주 보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나와 다르다고 오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특정 의견이 더 보편적인 사고방식일 수 있다. 그런데 애초에 보편적이라는게, 절대 다수의 개념 아닌가? 다수가 항상 옳다고 할 수 있나? 모이는 집단의 성격마다, 어울리는 무리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 와중에 변하지 않는 나만의 가치를 말해보라면, 회피하지 않으려는 태도이지 않을까 싶다.

어떤 선택을 할 때, 그 행위가 만들어낼 결과들에 대해 누구나 고민을 많이 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 당시에는 최선 혹은 차악이라고 생각하고 한 행동이, 결국 최종장의 결과에 따라 많은 생각이 정리될 것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결과로 인해 과정에 대한 기억, 감정이 미화되기도 하고, 왜곡될수도 있다. 한참 후에 볼 수 있는 미래를 걸고, 보이지 않는 선택지들을 고르는 것이 때로는 두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모든 복잡한 사고와 감정을 오롯이 받아들이는 모습은 팀에 얼마나 많은 신뢰를 줄 수 있을까.

나는?

선택은 계속되고 최선을 원할 것이다. 결과가 있을 것이고, 그에 따른 책임이 따라올 것이다.

그래서 현재의 나는? 책임질 수 있는 언행을 하고 있나?

아니면 그저 ‘모르겠다’, 혹은 주변 상황만 탓하며 비겁하게 말꼬리만 흐리고 있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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