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낙서장
나의 의미
너의 의미를 찾는 노랫가사는 많은데, 나에 대해 생각해본 경험은 적은 것 같다. 이리저리 적다보면 정리되지 않을까?
나도 내가 누군지, 뭘하는건지 헷갈려서 이리저리 조언을 구해봤다. 철학책을 추천해준 분도 계시고, 진지하게 자신을 탐구하는 시간을 가져보라는 조언도 받았다.
나도 내가 누군지 몰라서, 이리저리 생각나는 대로 적어봤다. 두서없고 개똥철학일 수 있지만 나에 대해 조금은 더 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요즘 생각
친구들과 만나서 하는 얘기를 생각해봤다. 대부분은 커리어 관련 이야기인듯하다. 마침 최근에 관련해서 재미있는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우리는 왜 더 좋은 회사를 갈망하는지에 대한 주제였다. 이유는 다양할 수 있다. 돈이 될 수도 있고, 대기업 명함, 타이틀이 될 수도 있다. 결국 귀결되는 것은 나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였다.
돈이 100억쯤 있으면 내 가치 올리기에 집중할까, 어느 기준이 성공이고 가치인걸까, 합리적인 사회의 시선은 어디까지일까 등등 다양한 얘기를 나눴다.
아무래도 너무 먼 이야기보다는 주니어 관점에서 나눈 이야기들이 기억에 남는데, 그 중 하나가 성공한 커리어에 대한 관점이었다. 애초에 기준이 모호한, 관점에 따라 너무나 다른 가치였다. 누군가는 거쳐간 회사의 네임밸류일수 있고, 다른이에게는 기술적 난이도가 있는 도전이 주요 관점일 수 있다.
이야기를 하며 반성했던 것은, 나는 전자의 가치가 후자의 도전을 당연히 채워주리라 생각했다. 이른바 ‘숨만 쉬어도 커리어가 쌓이는 회사’ 라는 말로 현재의 불만들을 규모의 탓만 했다. 결국 이런 속앓이들은 현실에 안주하면 안된다는 나에 대한 채찍질로 돌아왔다.
가끔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할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모든 걸 나의 탓으로 돌리면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결국 내가 만든 현실들이고, 선택이니, 지금부터 더 열심히 살면 조금 더 맑은 미래가 있을것이라 생각했다.
어느날 문득 ‘이겨내지 못하고 언제까지 나만의 천국을 찾아 도망만 다니려 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제서야 나로 향했던 책임의 방향들을 살짝 틀어봤다. 물론 사람이 아닌 상황으로, 그리고 그것들을 바꾸기 위한 동력으로 내 감정들을 소모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많은 것이 바뀌었다. 남들이 보기엔 소박한 일거리일지라도 분명히 더 책임있는 업무들이 나에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천국이 있을거라 믿으며 떠날 생각만 했지, 이곳을 낙원으로 바꿀 생각은 하지 못했다.
분명 규모에서 나오는, 그런곳들에서만 쌓을 수 있는 커리어가 있을거라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규모의 개발팀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도 있을거라 믿고있다.
신포도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우리가 때로는 가질수 없을 것 같은, 기대하기 힘든 일의 결과를 미리 단정짓는 것을 넘어서 그것의 가치를 폄하하고, 부정적인 경험으로 만들기 위해 애써 노력할 때도 있지 않나 생각해봤다. 현실에 안주하기 위한 망상이라기보단, 지금을 견뎌내기 위햐 일종의 방어기제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섣부른 기대도 하지 않는것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한다. 결국 내가 상대에게 말하지 않은 기대는 높은 확률로 어긋나기 마련이고, 의미없는 실망만을 부른다. 가끔은 내가 잘못된 기대를 한건가, 그렇게 달성하기 힘든 요구사항이었나 싶은데 애초에 이런 행동 자체가 잘못된게 아닌가 싶다.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다’와 같은 냉소적인 말과는 조금 다른 의미일것 같다. 애초에 이 사람이 누군지, 어떤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채 알기도 전에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나만의 기준을 세우지 말자는 뜻이다. 어쩌면 너무 이기적인 행동인가도 싶다.
가끔 동상이몽을 꾸는 것 같다. 같은 목적, 목표를 공유하는데 서로 구상하는 방안이 다르다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다.
퇴근길에 왜 나의 가치를 계속해서 올리고 싶어하는지 생각해봤다. 아마 한정적인 시간과 자원의 문제가 가장 큰 것 같다. 내가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시간은 어느정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것을 이뤄보고 싶은 것 아닐까. 언젠가 커리어하이를 찍고, 그 이후로는 필요한 순간마다 쌓여진 가치를 이용할 것이라 생각한다. 어느 순간에, 얼마 만큼의 가치를 필요로 하는 순간이 올 지 모르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양을 비축해 두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요즘도 코드 생각이 날 때면 주말, 밤, 새벽 상관없이 작성한다. 문득 드는 생각은 이런 내 행동이 팀의 문화에 안좋은 영향을 끼치고있나 생각도 든다. 주로 회사 레포에서 작업하다보니 커밋 쌓을때도 가끔 망설여진다. 굳이 이 시간때 기록을 남기는게, 나 혼자 편하자고 커밋해도 되나 싶기도 하고, 팀의 기조를 흔드는 행동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한다.
내 선택이 만들어낼 결과들에 대해 고민이 많아진다. 그 당시에는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한 행동들이겠지만, 결국 최종장의 결과가 상당히 많은것을 바꾼다고 생각한다. 과정에 대한 기억, 감정이 미화되기도 하고, 왜곡되기도 한다. 결과가 바로 보이지 않는 선택지들을 고르는 것이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