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가네
8월이다. 출근길에 싱숭생숭해서 이것저것 메모해보고있다. 오늘은 팀 리더님의 마지막 출근날이다. 그동안 우리 팀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 바람에 잘 대비하고 흔들리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가 리더님의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떠난다니 아쉽기도 하고 여러 생각이 들어서 티타임을 요청했다.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현실적인 회사 생활 얘기부터 커리어 설정, 서로의 개인적인 가치관들 등등… 그 중 가장 기억나는게 나를 채용한 이유였다. 사실 입사 초반에 여쭤봤는데, 조금 더 심층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일반적인 케이스라면 내 대답들은 탈락의 기준에 가까웠다고 하셨다. 예를 들어 개발을 계속하는 동기, 이 업에 종사하려는 이유 등을 물어보면 내가 ‘재미있어서’ 라고 했다고 한다. 참고로 지금도 내 대답은 같다. 거기에 플러스로 루틴화 되었다고 해야할까? 그냥 집에와서 할 일 없으면 코드 짜보고, 프로젝트 구경하고, 그냥 일상이다.
어쨌든, 그쪽 분야에 대한 내 대답의 뎁스는 너무나 얕았는데, 이상할 정도로 개발이나 진행한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설명을 잘했다고 한다. 그때 ‘개발에 대한 설명과 동기에 대한 대답의 뎁스가 만약 같다면? 정말 재미있고 표현할 길이 저것뿐이었다면?’ 라는 생각이 들었고, 채용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살아오면서 다양한 형태의 리더들을 본 것 같다. 강압적인 분위기로 이끌어가는 타입부터, 부드러운 느낌으로 모두를 포용하는 리더까지. 물론 ‘특정 타입이 모든 상황에 맞는 최고의 리더감이다!’ 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황 따라, 구성원에 따라 이 조직에 어울리는 형태는 어떤 모습인지 잘 알고 맞춰갈 수 있는 사람이 최선의 리더가 아닐까.
리더님도 다양한 고민을 하며 지내왔고,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였었던 것 같다. 하지만 리더님은 자리에서 오는 책임감의 가치를 아는 분이셨고, 외적으로는 그런 고민들을 표현하지 않았던 것 같다. 정말 좋은 리더였다.
올해도 절반이 넘게 갔다. 리더님이 해주던 조언들이 유난히 머릿속에 맴돈다. 뭐가 최선일까.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지금부터 내리는 선택들이 내 커리어에만 국한되서 영향을 끼치는게 맞을까. 시간이 조금만 더 천천히 간다면 더 좋은 선택지를 고를 수 있을까.
내 인생의 다음 가치는 무엇이어야 할까. 이 트리거를 당긴 후, 어떤 결과들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나. 많은 것이 변해가는 지금, 나도 바뀔 준비가 되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