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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에서의 마지막

마침표

2달이 지났다. 정말 꿈같던 시간이었다. 평소같으면 월요일 새벽이라 적당히 출근 준비하려고 잤을텐데, 뭐 이제 할일도 없고 글이나 끼적이러 왔다.

끝난 김에,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이 시점에 내가 느꼈던 것들을 솔직히 적어놓고 싶다. 마지막날에 회사에 아쉬웠던 점들을 여쭤보셨는데, 솔직히 아무리 행복한 시간이라고 해도 왜 없겠는가. 여기서도 딱히 쓸 것 같지는 않은데 뭐라고 대답하지는 않았다. 그래봤자 내가 해내지 못한 것들에 대한 변명일 뿐이다.

마지막 근무날부터 지나가는 주말까지, 한 3일정도 마음 고생좀 한 것 같다. 웃긴게 자는데 꿈에서 회사 사람들이 나왔다. 그런데 눈을 뜨니까 너무 마음이 아리더라. 그렇다고 막 울고 그런건 아닌데 가슴이 너무 메여와서 바로 술마시러 갔다. 결론이 좀 이상한 것 같다.

당근을 딱 첫사랑에 비유하고 싶다. 처음이라는 설렘도 있고,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크지 않을까. 오히려 그래서 더 아름다운 추억일수도 있고.
뭔 헛소리 쓰다가 다 지웠다. 하여간 당근에서도 이상한 내 얘기를 너무 했던 것 같은데 그짓거리를 여기서 또 하고 있네. 어쨌든 보통 연락 안하는 첫사랑과는 별개로 다시 마주치고 싶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인연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중에 다른 곳 취업하면 연락 한 번 해보고 싶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개발 회사를 다니며 느낀점들에 대해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느낀점

일단 사람들이 참 좋다. 너무 추상적인 표현 같은데, 그냥 저 단어가 가장 어울리는 것 같다. 개발자로서도 배울 것들이 많고, 가치관이나 생각에 대해서도 배울 것들이 많았다. 이런 사람들이 모여야 좋은 개발 문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래서 다들 좋은 회사에 가려고 노력하는 것이구나 싶기도 했다.

처음 입사 전 티타임 할 때, 리드분이 해주신 말이 아직도 생각이 난다. 리드의 역할은 너희를 떨어트릴 건수를 잡는 역할이 아니라 장점을 최대한 끄집어낼수 있도록 돕는 직책이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참 기억에 오래 남는다.

당근 입사 전에 많이 봤던 글이 ‘자율과 책임’ 이었다. 한 가지 내가 오해한 점이 있다면, 나는 ‘책임’에 방점을 찍었던 반면에 당근은 ‘자율’에 조금 더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당근이 추구하는 바는 스스로 업무를 선택하고, 찾고, 처리하는 방식인것 같다. 그래서 내가 생각했던 플로우는 직접 시작한 일은 알아서 끝내고, 망하면 도게자를 박고 다니던지 책임지고 사원증 벗는 그림이었는데 그런 건 아닌 것 같았다. 오히려 책임은 분산되는 느낌?? 내가 인턴이라 더 그렇게 느꼈을 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자신의 업무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여력이 되는 한 다른 사람의 업무도 살펴보고, 에러 로그도 슬랙 멘션해주고 정말 좋은 문화였다고 느꼈다.

그리고 자기 생각을 말 혹은 글로 정리하는 능력들이 뛰어난 걸 느꼈다.

나는 맨날 뭐가 정리가 안되서 말하다 어버버버 하고 있는데 옆에서 기냥 일목요연하게 내 헛소리를 정리해주는걸 보면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역시 pm은 똑똑한가 싶기도 하다가 다른 개발자들 말 잘하는 거 보면 내가 그냥 바보구나 싶기도 하고… 그래서 요즘 나름 훈련중이다. 책 읽고 요약도 해보고 혼자 샤워하면서 중얼중얼 1인 2역도 해보고 있다.

마무리

마지막날 감사 인사를 제대로 전하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움도 남는다. 나는 나중에 다 따로 인사드릴 생각이었는데 그냥 나 좋자고 하는건 아닌가 싶어서 요즘은 잘 모르겠다. 정말 한분한분 다 고마운 분들이었는데 그분들 입장에서는 그냥 귀찮았던 인턴 한 놈 정도였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뭐 어떻게 감사인사를 드려야 될 지 고민중이다.

인턴들끼리도 종종 모여서 이야기를 하거나 밥을 먹을때도 있었는데 정말 좋은 사람들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점은 다들 말을 하면 할수록 매력적인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말을 논리적으로 잘하고, 청산유수로 막힘없이 말하는 것과는 다른 느낌인 것 같다. 무심코 말하는 단어 하나하나가 항상 최상의 선택지를 고르는 느낌이었다. 참 다들 말을 이쁘게 잘한다.

추억에 잠긴 회상은 오늘까지 해야겠다. 그렇다고 억지로 떠오르는 기억을 막으려는 건 아니고, 행복한 꿈속에서 계속 지내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걸어온 흔적보다 앞으로 남겨야 할 족적이 훨씬 많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계속 나아가야한다. 더 나아져야 하기도 하고.

참고

  • 내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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