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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우리는 팀이니까

팀원이 영화를 한 편 추천해줬다. ‘스타 이즈 본’이라는 영화인데, 제목만 들어보고 크게 아는바가 없었다. 줄거리를 간략히 요약하면, 하향세를 그리는 스타와 상향선을 그리는 루키의 사랑 이야기다. 필연적으로 반비례한 곡선이 그려질, 두 관계에 초점을 맞춰서 극이 진행된다. 추락하던 남자는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숭고한 희생을 하는 것 처럼, 스스로 생을 마무리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보는 시점에 따라 낭만적인 결말, 비극적인 사랑, 아름다운 마무리일 수 있다. 그러나 어쩌면, 남자는 가장 무책임하면서 손쉬운 선택지를 고른 건 아닐까? 사람의 흔적은 남는다. 모두의 기억도, 자신이 해결해야 했던 문제들마저 지우지 않은 채 남은 이들에게 떠넘기는 행위는 아니었을까.

팀이 개편되면서 여러 잡음이 생기고 있다. 이런 소음들이 생기는 이유들을 출퇴근길에 곰곰이 생각해 봤다. 결국 자신의 언행에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 순간 모든 갈등이 시작되는 것 같다.

어떤 자리, 직책의 존재 이유는 책임에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급여와 팀을 이끌어갈 권한은 직책을 떠받들기 위함이 아니라 부여된 책임을 보조해주기 위함일 것이다. 권한은 커지는데, 책임은 작아진다. 말은 한없이 강해지는데, 그 무게는 끝도 없이 가벼워진다.

물론 나도 항상 감내하는 삶을 살아왔다고 자신있게 말은 못하겠다. 감정이 태도로 나오는 걸 정말 싫어하는데, 오늘은 조금씩 마음속에 좋지 않은 감정들이 새어나왔다. 정말 부끄럽고 잘못된 행동이지만, 팀원들은 기꺼이 내 무책임을 품앗이 해줬다. 이건 당연한 권리가 아니다. 감사해야 할 행동이고, 또 다른 순간에 되돌려줘야할 빚이자 고마움이다.

조직이 견뎌낼 수 있는 책임의 총량이 있다고 생각한다. 팀이 커지고, 많아진 구성원들 각자에게 그 무게가 골고루 분산되어야 건강한 조직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지금 어떤 상황인지 잘 모르겠다. 업무 효율을 위한 조직 개편이 없던 이기주의마저 만든 걸까, 아니면 마지막 가림막마저 걷어버린 걸까.

그래도 잘 해봐야지. 우리는 이젠 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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